박재황 한의사

"몸이 허한거 같아. 보약이라도 달여 먹어야겠어" "잠이 보약이지"

우리가 흔히 쓰는 보약(補藥)이라는 말은 보할 보(補)에 약(藥)을 더한 말이다. 먹으면 아주 건강해질 것 같은 이 단어가 사실 한약의 전부는 아니다. 한약은 보약 처방이 아니라도, 열을 아래로 내려주는 처방, 담음(체내 노폐물)을 제거하는 처방 등 다양한 치료약들이 있다.

한의학적 치료는 크게 보법(補法)과 사법(瀉法)으로 나뉜다. 보법은 말 그대로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으로, 허증(虛證)으로 진단될 때 쓰이는 치료법이다. 사법은 반대로 과한 것을 덜어낼 때, 곧 실증(實證)으로 진단될 때 쓰이는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의학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개념이라 생소할 수 있지만 한의학적 진단에서는 보사(補瀉)가 가장 기본적인 방법론 중 하나다.

가령, 불면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한의학적으로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일례로 몸이 허해지는 상황에 의해서 허열(虛熱)이 발생해 불면을 겪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보법, 즉 보약(補藥) 계열의 한약을 처방한다. 반대로 몸이 과잉돼 나타나는 실열(實熱)에 의해 불면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때는 몸을 보하는 것보다 열을 끄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소화기 역할을 해줄 사법 계열의 약이 필요하다. 또한, 기(氣)가 울체(鬱滯)돼 나타나는 불면증도 있을 수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면 기의 소통이 막혀 병리 현상이 나타나는데 기(氣)의 운행을 원활히 해주는 치료가 유효하다.

소화 불량이 있는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소화를 담당하는 비위(脾胃)의 기능이 떨어지면 보법의 처방이 필요하지만, 과식을 하거나 체한 경우는 사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이처럼 현대 의학의 범주에서는 같은 증상이라 하더라도, 한의학에서는 병인(病因)에 따라 구별해 진단하게 된다.

한의학은 언제나 우리 몸이 스스로 회복한다는 자생력(自生力)을 신뢰한다. 한의학적 치료 방법론은 음양오행의 균형을 맞추는 데 목표를 가지며,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대 의학에서는 자율신경계가 우리 몸을 유기적으로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감신경은 몸의 긴장과 흥분으로 활성화되며, 반대로 부교감신경은 이완과 휴식을 담당한다. 우리 몸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길항 작용을 통해 전체적인 생체 리듬을 조절하며,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 작용할 경우 몸에 이상이 발생한다. 한의학에서도 음양(陰陽)의 균형이 깨지면 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고 했으니, 비록 의학적 관점이 다르지만 인체의 원리를 유사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참 흥미로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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