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문수사 인지한 용의자 10일 타 지역 도주
경찰 "당시 타살 등 사건 가능성 염두 안해"

속보=제주시내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하던 20대 여성 관광객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본보 2월12일자 4면)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11일 오후 12시20분께 제주시 구좌읍의 한 게스트하우스 인근 폐가에서 관광객 A씨(26·울산·여)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7일 오전 8시30분께 제주에 도착한 후 해당 게스트하우스에서 투숙했으며, 8일부터 연락이 두절됐다.

경찰은 10일 오전 10시45분께 A씨의 가족들로부터 실종 신고를 접수했으며, 현재 A씨를 살해한 유력 용의자로 해당 게스트하우스의 관리자인 B씨(33)를 특정하고 있다.

B씨는 해당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경찰의 탐문수사가 시작된 10일 오후 8시35분께 항공편을 이용해 타 지역으로 이동한 후 12일 현재 연락이 두절됐다.

문제는 경찰이 A씨의 가족들로부터 실종 신고를 접수한 직후 타살 등 사건 가능성보다는 단순 실종에 무게를 두고 탐문을 벌이면서 불거졌다.

실제 경찰은 10일 오후 2시께 해당 게스트하우스에서 B씨를 만나 조사를 벌였다.

B씨가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김포공항으로 이동하기 약 6시간 전으로, 당시 B씨는 A씨에 대한 경찰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처음 신고를 접수해 수색에 나설 때는 A씨가 살아있을 것이라고 여겼다"라며 "B씨에 대한 조사를 벌일 때는 실종 당시 관계인 등을 대상으로 한 탐문이었다. 당시 B씨는 용의자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은 별다른 수색 성과가 없자 이날 오후 5시부터 동부서 형사과를 중심으로 사건 가능성을 열어두고 주변 CCTV 등을 조사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를 인지한 B씨는 그 사이 항공편을 통해 김포로 도주한 후 잠적, 12일 오후 6시 현재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경찰이 수사 초반부터 사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지 않으면서 용의자에게 도주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 셈이다.

동부서 관계자는 "10일 탐문수사 후 B씨가 사라진 채 연락이 되지 않으면서 용의자로 특정했다"며 "B씨를 붙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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