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30일 지적측량 돌입…목격자 지목 지점 대상
발굴 작업 진행시 항공기 이·착륙시간 맞물려 우려
유골 훼손 가능성도…"정부 등 적극적인 협조 관건"

3월 30일 밤 11시50분. 탕탕탕. 말뚝 박는 소리가 적막한 제주공항 북쪽 녹지대에 울렸다. 제주공항 4·3 희생자 유해발굴 사업이 9년 만에 재개되는 신호탄이다.

제주4·3평화재단은 이날 한국국토정보공사제주지역본부와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등의 협조를 얻어 4·3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한 제주국제공항 지적측량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2007~2009년 3년간 진행했다가 멈춘 제주4·3 희생자 유해발굴 사업이 다시 착수되는 순간이다.

지적측량 대상 지점은 4·3 당시 도두2동 2454번지와 도두1동 2046-2번지 일대다. 이 곳은 제주도가 제주4·3연구소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13일부터 12월 26일까지 진행한 '4·3행방불명인 유해발굴 예정지 긴급 조사 용역보고서'에서 지목된 1~5번 지점 중 2·3번이다. 

벚꽃이 만개한 봄날이지만 어둠이 내린 후의 밤바람은 칼날처럼 매서웠다. 손전등 불빛에 의지한 채 추위를 가르며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은 시커먼 시공간을 헤쳐 들어갔다. 

GPS(위성위치 측정 시스템)를 활용한 GNSS 측량으로 4·3 당시 패쇄지적도를 복원시키는 과정이 진행됐다. 4·3 목격자인 유족들의 증언에서 지목된 희생자들이 누워있을 '그 곳'을 찾는 작업이다.

재단 관계자는 가슴에 담아 온 술을 지적측량 지점 인근에 고수레했다. 육친을 찾지 못한 이들을 대신한 추모였다.

재단은 올해 말까지 2·3번을 비롯한 1번(뫼동산 인근) 지점을 대상으로 GPR탐사장비를 통해 유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후, 시굴조사 및 유해발굴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업의 총 예산은 3억여원이다.

문제는 유해발굴 예상 지점이 9년 전보다 7~15m 정도 복개된 데다, 그동안 공항 내 활주로 공사 등이 진행돼 유해들이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다. 

또 밤낮 상관없는 지적측량과 달리 유해발굴은 환한 낮에 이뤄져야 하므로, 항공기 이·착륙시간과 맞물려 국토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항공기 이·착륙 민감 지역에 위치한 4번(교차로활주로 인근), 5번(화물청사 동쪽 부근) 지점은 같은 이유로 사업 진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

첫 유해발굴 때보다 여건이 좋지 않아 사업 결과에 대한 기대가 낮은 상태다.

재단 관계자는 "오랜 세월 멈춰있던 4·3희생자 유해발굴이 재개된다는 점에서 놀라운 진전"이라면서도 "발굴 대상지가 항공기 이·착륙이 이뤄지는 지점에 위치하다보니 작업이 수월할지 걱정된다. 더구나 많은 시간이 지난만큼 유해가 형체를 잃어버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제주도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공항 내 남북활주로 서쪽 구간(8040㎡)과 동쪽구간(500㎡)을 대상으로 유해발굴 사업을 실시한 결과, 3년간 총 388구의 유해가 발견됐다. 이중 90구의 신원을 확인했으며 서귀포, 대정 지역에서 예비검속으로 잡혔다가 희생된 이들이 많았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번 못 찾은 제주시 지역 예비검속 희생자들의 학살 증거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한다"며 "정부의 협조와 도민의 관심, 응원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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