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제주한라병원·제주근로자건강센터 공동기획 근로자 건강지킴이 '로하스 프로젝트' 22. 권역희귀질환거점센터

국내에 1066종 희귀질환 등록...치료제 개발 10% 채 안돼 
한라병원 올해 1월 선정...뇌심혈관·종양 등 질병연구 중요

△정확한 진단·치료 한계

사람이 태어나면 이름이 지어지듯 병도 발견이 되면 이름이 붙여진다. 대개 끝에 병이나 증후군이라는 접미사가 붙는데, 질환의 빈도에 따라 희귀질환도 있고 다빈도 질환도 있다. 

당뇨나 고혈압 같은 질환은 많은 사람들이 직접 앓고 있거나 주위에 질환자가 한두 명쯤은 있어 기초과학의 역사가 짧은 동양권에서도 잘 알려진 병이다. 그에 반해 희귀질환은 별로 접해본 바도 없거니와 대개는 화학이나 생물학이 발달한 서양권에서 먼저 발견돼 병명도 영어나 유럽권 언어로 명명되는 경우가 많아 이름도 생소하다.

현재 희귀질환은 전세계적으로 6000~7000여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류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환자수는 2억50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에는 1066종의 희귀질환이 등록돼 있고 50만여 명의 환자가 고통을 받고 있다.

희귀질환의 80%는 유전질환이며 같은 질환이라고 하더라도 발병 양상과 치료 반응에서 차이가 많다. 질환의 특성상 감별하기 어려운데다 해당 전문가의 부족으로 확진하기 까다롭다는 진단의 한계도 있다.

치료 성과도 낮은 편이다. 전체 희귀질환 중 치료제가 개발된 경우는 10%가 채 안되며 치료법이 확실한 질환은 20여 개에 불과하다. 

치료제 또한 값이 비싸 대부분의 환자들은 치료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희귀질환은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사전 예방이 중요하지만 질병의 사례가 적어 정확한 진단을 하는데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등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 

△희귀질환관리법 제정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희귀질환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몇차례 선보인 적이 있다. 희귀질환에 얽힌 사건을 해결하는 의학드라마 '신의 퀴즈'에서 길렝바레 증후군(신경계 자가면역염증으로 마비에 이르는 병), 본 레클링하우젠 증후군(피부에 여러 개의 유두모양 신경섬유종이 생기는 병)이 소재로 등장했고,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조로증(청소년기에 노년기의 소견을 보이는 병)이 등장하면서 희귀질환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그러면 희귀질환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과거 천수답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대하던 희귀질환은 기초의학이 발달하면서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희귀질환 진료의 물꼬를 연 대표적인 병이 페닐케톤뇨증이다. 페닐케톤뇨증은 1934년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병원 의사인 폴링(Ivar A Folling)에 의해 밝혀졌다. 

당시 정상으로 태어났다가 정신지체를 보인 아이의 소변에서 특이한 향을 맡고 이상하게 여겨 여러 검사를 해본 후 그것이 페닐피르브산(phenylpyruvic acid)임을 밝혀낸 것이다. 이후 미국의 의사 구쓰리(Robert Guthrie)가 고안한 미생물 억제검사(bacterial inhibition assay)로 쉽게 진단이 가능해졌고 이 검사는 북미와 유럽에서 주로 쓰이다가 1980년대 국내에 도입돼 희귀질환 진료의 향상을 가져왔다. 

이 질병은 페닐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phenylalanine hydroxylase)가 부족해서 생기는 병으로 현재는 페닐알라닌을 뺀 특수식이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정신지체, 간질 등을 보이는 기이한 병을 페닐케톤뇨증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성공적인 사례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희귀질환의 극복에 대한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꾸준히 진행돼 왔고 한국도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노력이 계속돼 지난 2015년 말에는 희귀질환관리법이 제정됐다. 

특히 제주의 경우 안과영역에 한정돼 있긴 하지만 인구대비 희귀질환 발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2015년도 연구보고도 있었다.

△희귀질환 관리 중요한 출발점

제주한라병원이 지난 1월 말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권역희귀질환거점센터로 선정됐다. 

희귀질환거점센터가 올해 전국 10개 기관으로 확대되면서 제주에서는 제주한라병원이 거점센터를 맡게 된 것이다. 권역희귀질환거점센터는 앞으로 희귀질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희귀질환 관련 인력 교육지원 및 진료협력체계를 구축해 희귀질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내륙과 떨어져 있는 섬 지역인데다 희귀질환의 인구대비 유병률이 높은 제주로서는 희귀질환 관리에 중요한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지역 내 희귀질환자들은 검사 장비 및 전문가 부족 등으로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며 서울의 대형 의료기관을 찾아야 했고, 진단 이후에도 치료와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번 거점센터 확대 지정으로 지역에서도 희귀질환에 대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희귀질환자와 그 가족의 의료서비스, 삶의 질이 일정 부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희귀질환에 대한 투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다빈도 질환의 극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희귀질환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대개의 사망원인은 뇌심혈관 질병, 인지장애, 기능감소, 종양 등이다. 그런데 희귀질환자에게 있어 이러한 병변은 증상의 강도가 높고 조기에 나타나므로 질병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김우진 제주한라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선진국 성인의 다빈도 질병이 혈관질환인데 이러한 혈관질환의 대표적인 희귀질환의 예가 조로증과 항인지질증후군(자가면역질환으로 혈관에 혈전이 생겨 뇌혈관질환이나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병)이다. 혈관질환의 치료는 아직 미완성으로 여전히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희귀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연구는 보다 향상된 치료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권 기자

※도움말 =김우진 제주한라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 알고 사용하세요

최근 전국을 뒤덮고 있는 미세먼지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는 물론 도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청정지역 제주에서도 지난달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기도 했다. 

4월이 되면 황사가 심해지는 계절이다.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미세먼지나 황사가 인체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마스크 중에서 미세먼지나 황사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할 수 있도록 입자 차단 성능을 가지고 있는 마스크를 '보건용 마스크'라고 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을 받은 '의약외품'으로 돼 있다.

보건용 마스크는 미세입자차단의 성능을 알 수 있는 'KF80', 'KF94', 'KF99'가 표시돼 있다. '의약외품'과 'KF마크' 모두 확인하면 된다. 

KF 뒤에 표시된 숫자가 높을수록 미세입자 차단효과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숫자가 클수록 미세입자 차단효과는 더 크지만 숨쉬기 어렵다는 불편도 있다. 

일반적으로 호흡기 질환이 없는 건강한 성인의 경우 'KF99'를 권장하지만 호흡기 질환이 있거나 노인, 어린이 등 호흡능력이 약한 사람들은 'KF80'를 추천하고 있다.

특히 폐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자는 의사와 충분한 상의한 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스크는 제품에 따라 착용방법이 다를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구부릴 수 있는 코 지지대와 탄력밴드가 코가 있는 위쪽 방향이 되도록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미세먼지 흡입을 막아주는 기능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탁 사용하거나 마스크 모양을 변형시키는 등의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건이나 휴지 등을 마스크와 피부 사이에 덧대어 사용하면 마스크가 얼굴에 밀착되지 않아 미세먼지 차단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마스크 안쪽이 오염되면 세균 등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건강상담 문의=064-752-8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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