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자치경찰 확대 시범운영 1년6개월 현주소는<하>

(사진=연합뉴스)

경찰법 개정안 국회 계류중 연내 5곳 시범운영 사실상 무산
지구대·파출소 관할구역 광범위...주취자 안전조치 미흡 논란

올해 당·정·청 논의를 바탕으로 자치경찰제 시행 근거를 담은 법안이 지난 3월 의원 입법으로 발의됐지만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안에 제주를 포함한 시도 5곳에서의 시범운영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현재 국회 계류중인 법안에 규정된 자치경찰의 권한이 제한적인데다 일부 수사사무 범위도 모호, 현장 대응 위축과 소극적 대처가 우려된다.

△적절한 초동조치 모호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경찰법 전부개정안)은 자치경찰이 주민생활과 밀접한 영역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무 범위를 정했다.

자치경찰의 수사 범위는 △성·가정·학교폭력 △자치경찰에 대한 공무집행방해 △지방자치단체의 특별사법경찰 사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노인복지법, 경범죄처벌법 등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수사사무 범위가 불명확해 관련 법 보완이 요구된다.

법안에는 자치경찰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 범죄 발견 때 '적절한 초동조치' 후 국가경찰에 관련 증거나 범인을 인계하는 초동조치권이 포함돼 있기는 하나 초동조치 정의나 범위, 한계에 대해서는 명문화하지 않아 현장 출동 경찰관의 초기 대응이 제한적이고 위축될 우려가 있다. 

형사소송법상의 강제처분(체포·압수·수색) 적용 여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역경찰의 현장치안 활동 특성상 수반돼야 하는 긴급체포 권한도 주어지지 않은데다 교통사고 조사 업무중 12대 중과실 사고는 국가경찰 전속 사무로 이원화돼 수사 업무 혼선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지역경찰 이원화로 국가경찰 지역순찰대 운영 지역과 자치경찰 지구대·파출소 운영 지역 간의 치안대응 격차가 발생, 주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치경찰 1개 지구대·파출소 범위가 통상 국가경찰 3~4개 지구대·파출소 관할을 포함할 수밖에 없는 등 지역경찰 일원화 검토도 제기되고 있다.

△10건 중 4건 주취자 관련

제주 자치경찰은 3단계 확대 시범운영에 따라 지난 1월부터 도 전역에 자치지구대 3곳과 자치파출소 4곳을 운영하며 112신고 55종 사무 중 12종을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올해 10월말 현재 도내 전체 112신고 출동 중 31.6%(3만8453건)를 자치경찰이 처리했으며, 이중 주취자 신고가 41.5%(1만6217건)를 차지했다.

자치경찰 112신고 출동 10건 중 4건이 주취자 관련이지만 현장에서는 주취자에 대한 소극적 대처나 안전조치 미흡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지난 10월 21일 새벽 서귀포 토평동에서 발생한 40대 남성 교통사망사고와 관련, 112신고 당시 주취자 신고로 접수돼 자치경찰지구대에서 출동했다.

서귀포시 동문로터리 방면에 '주취자가 도로에 누워있다'는 신고 상황과 새벽 시간을 감안할때 보호자 인계나 지구대 보호조치, 주취자응급의료센터 연계 등을 통한 2차 사고 예방 조치가 요구됐지만 현장에서는 순찰차를 이용해 주취자가 요구한 목적지로 데려다 준 것이 전부다.

자치경찰이 주취자를 목적지에 내려준 시간은 이날 오전 4시56분이며, 불과 12분 뒤인 오전 5시8분께 교통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자치경찰 관계자는 "가족 연락처도 없었고,주거지를 묻는 질문에도 정확히 대답하지 않았다"며 "목적지를 분명히 말하고 차량 안에서도 대화가 이어진 점에 미뤄 만취자가 아닌 단순 주취자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자치경찰에 파견된 국가경찰은 한시적 업무협약에 따라 국가경찰 신분을 유지한 채 자치경찰 권한 범위 내에서만 사무를 수행하면서 상대적인 책임감 약화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온 만큼 개선점으로 꼽히고 있다. 한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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